보라매역 근처에는 5분만에 나오는 따끈한 우동 한그릇을 4천원에 먹을 수 있는 자그마한 우동 가게가 있다.
겉보기엔 굉장히 허름한데도 항상 사람이 붐빈다.
촌스러운 폰트로 '즉석 우동 짜장' 이라고 적힌 간판은 적어도 20년은 된 것처럼 빛이 바랬고,
내부는 다섯평 남짓으로 열명 정도가 겨우 비좁게 앉을 정도로 협소하다.
미리 준비된 밀가루 반죽을 기계에 넣어 면을 뽑고,
끓는 물에 한소끔 삶아낸 후 건져내 그릇에 담고,
큰 솥에서 퍼올린 뜨거운 육수를 부은 다음 쑥 몇가닥을 올리고,
밥숟가락으로 튀김 가루와 송송 썬 대파, 고춧가루와 김가루를 털어넣으면 완성이다.
반찬으로 단무지와 큼지막히 썰어낸 새콤한 깍두기가 함께 나오는데, 이게 또 참 잘 어울려 별미이다.
처음 그 우동을 먹었을 때를 잊지 못한다.
갓 스무살을 조금 넘겨 치기어리던 때,
친구들과 몸에 받지도 않는 소주를 마시고
집에 가는 길에 뜬금없이 발견한 이 곳에서 우리는 우동을 먹기로 했다.
알딸딸한 정신으로 아무런 기대없이 한젓갈 들어올린 우동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고소했다.
정신없이 한그릇을 뚝딱 비워낸 후 곱배기로 주문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 후로도 종종 생각이 나 가끔 찾게 된다.
누군가는 싸구려라고 할 법도 한 이 곳에서
아무렇게나 만든 것 같은 우동을 맛있게 먹고 나면
꾸밈없는 솔직함에 감동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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