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덥고 습하다보니 입맛이 없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얼마전에 위염도 심하게 와서 뭘 먹어도 맛이없고 역했다.
워낙 퉁퉁했던지라 티는 안나지만 덕분에 3키로나 빠졌다.
근데 갑자기 와퍼가 먹고싶어서 모자를 쓰고 집근처 버거킹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코인으로 햄버거값 3천원을 벌었다.
여러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코인은 손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봇들의 배를 불려주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콧노래가 절로나와 가벼운 발걸음으로 키오스크 앞에 도착했다.
신나게 다리를 떨면서 3900원짜리 와퍼 세가지 중 하나를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키오스크 맞은편으로 오더니 불쾌한 눈으로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굳이 날 쳐다본다고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에 무시하고 할라피뇨 와퍼를 골랐다.
콰트로 치즈 와퍼와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매운 게 좋다.
아니 근데 그때까지도 날 쳐다보고 있는게 아닌가.
카드를 집어넣으면서 똑같이 빤히 쳐다보니 내 뒤로 가서 나를 또 계속 쳐다본다.
아놔.
계산을 끝내고 영수증을 받았는데 아직도 쳐다본다.
최근엔 나도 성깔이라는 게 생겼기에 못참고 물어본다.
"왜 쳐다보세요?"
인상을 찡그리고 마스크를 들썩이며 뭐라고 중얼대는데 안들린다.
설명을 못하겠나보다.
사람이 적어도 본인이 무슨 일을 할 때 왜 하는지 정도는 설명할 줄 알아야 하는 게 아닌가.
난 와퍼가 먹고싶어서 버거킹에 왔다고!!
따뜻한 버거와 함께 이상한 눈초리를 뒤로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집은 아늑했고, 버거는 평소보다 맛있었으며, 내 고양이는 여전히 나를 사랑한다.
이런 일도 있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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