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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존경하는 어떤 박사님에 대해서

by 계발자 망고 2021. 8. 17.

 

세상에는 풀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적어도 내가 그 박사님을 만나기 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 분과는 내가 20대 초반에 다녔던 학원에서 스승과 제자의 관계로 만났다.

신기하게도 내가 관심있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교수님을 맡고 계셨었다.

 

학원에 입학하기 전 그 분야에 대해 쓰신 짧은 글을 읽었다.

이제 그 글이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몽키 코더'가 되지 않으려면 잘 공부하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왜인지 나는 첫눈에 꽂혀 그때부터 교수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어떤 분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학원에 갔던 첫날부터 교수님을 찾았는데,

소년처럼 해맑게 웃으시면서도 약간은 시니컬한 말투가 피터팬을 연상케 하는 분이었다.

나는 자연스레 교수님을 따르게 되었다.

 

하루는 하던 과제가 너무 안풀리고 어려워서 교수님 방에 찾아갔던 적이 있다.

교수님의 방은 언제나 굉장히 특이했는데, 

책상부터 바닥까지 온갖 전자 부품들과 보다만 책들이 널부러져 있었다.

그런데 재밌는건 한 귀퉁이에 직접 만드신 스피커에서 재즈 피아노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천재 과학자가 차가운 표정으로 따뜻한 말을 건넬 것만 같은 그런 공간이었다.

 

"교수님 너무 어려워요. 이건 정말 풀수가 없다구요."

 

나는 어리광 섞인 목소리로 볼멘 소리를 했다.

그러자 교수님이 살짝 웃으시면서 말했다.

 

"채원아, 세상에 풀 수 없는 문제는 없어.

더 오래걸리는 문제가 있을 뿐이지."

 

왜일까?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음이 났다.

그리고 왠지 용기가 났다.

그 후 며칠간 머릿속에 그 말이 맴돌았는데, 이제 내 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문장이 되었다.

 

쉬운 문제에 불평하는 어린 학생이 한심해 보일 법도 하셨을텐데, 

훨씬 어렵고 힘든 일을 많이 겪은 분으로서 좀 더 따끔한 말로 충고하실 수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지혜로운 말로 내 평생에 용기를 주셨고 힘든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을 주신거다.

 

그 후 살아오면서 나에게 불가능을 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너까짓게 해봤자 뭐가 될거같으냐.

너한텐 좀 많이 힘들텐데.

너처럼 해서는 못해낸다.

 

만약 박사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평생 주눅들어 '난 안되는구나'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시 좌절에 빠졌다가도, 쉽게 불가능을 말하는 사람들을 비웃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됐다.

이정도면 내 인생의 귀인이신게 아닐까?

 

교수님을 알게된 후로 스승의 날엔 언제나 연락을 드린다.

가까이 계실 땐 꽃을 사서 찾아가기도 했었다.

 

10월의 쌀쌀한 어느날, 다시 찾아간 교수님의 방이 왜인지 좀 더 지저분했다.

바닥에 말라 비틀어진 꽃가루가 흩날려 있었다.

 

"어제 창문을 열어놨더니, 니가 줬던 꽃잎이 말라서 바람에 날아가버렸네."

 

스승의 날은 5월 15일이다.

이런 스승님을 어떻게 따르지 않을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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