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담사 선생님께서 재밌는 질문을 던지셨다.
세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첫째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고,
두번째로 스스로를 책임지고 싶고,
세번째로 행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 좋아하는 일이 정확히 무어냐고 물어보시길래,
예쁜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서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코딩하는 그래픽스라는 분야가 있는데
어쩌구 저쩌구하고 재잘재잘대면서 필요치 않은 이야기까지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분명히 나는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 눈이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생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곰곰히 들으시더니
이내 이해가 된다는 듯한 밝은 표정으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감정을 다루는데 서투르면서도 생각이 많은 나한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이성적으로 작업해내는 이 일이
꼭 맞는 좋은 감정의 해소, 그리고 승화와 같은 경험을 가져다 줄 것 같다고.
그리고 꼭 이 일을 잘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순간 내가 왜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항상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어렸던 나는 아마도 화려하고 신기한 이미지를 보고,
아무런 의문없이 감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내게 떠오르는 여러 감정들 사이에서
어떤 질문과 의심도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 또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정도 어른이 된 지금도 3D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 편히 느낄 수 있는 좋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갈수록 드문 일이기에 더 소중하다.
내 취향에는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고
해온 결정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어 미소짓게 되는 그런,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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