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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s

이유 있는 취향

by 계발자 망고 2021. 10. 9.

오늘 상담사 선생님께서 재밌는 질문을 던지셨다.
세가지 소원이 있다면 무엇이냐고

첫째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잘하고 싶고,
두번째로 스스로를 책임지고 싶고,
세번째로 행복하고 싶다고 했다.

그 좋아하는 일이 정확히 무어냐고 물어보시길래,
예쁜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서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코딩하는 그래픽스라는 분야가 있는데
어쩌구 저쩌구하고 재잘재잘대면서 필요치 않은 이야기까지 장황하게 늘어 놓았다.

분명히 나는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스스로 눈이 반짝거린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생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곰곰히 들으시더니
이내 이해가 된다는 듯한 밝은 표정으로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감정을 다루는데 서투르면서도 생각이 많은 나한테,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을 이성적으로 작업해내는 이 일이
꼭 맞는 좋은 감정의 해소, 그리고 승화와 같은 경험을 가져다 줄 것 같다고.
그리고 꼭 이 일을 잘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 순간 내가 왜 이 일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항상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지만,
그에 대한 결론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 적은 없었다.

어렸던 나는 아마도 화려하고 신기한 이미지를 보고,
아무런 의문없이 감탄할 수 있다는 사실에 크게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내게 떠오르는 여러 감정들 사이에서
어떤 질문과 의심도 하지 않고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몇 안되는 것들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일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 또한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정도 어른이 된 지금도 3D 애니메이션을 보면 마냥 기분이 좋아진다.
마음 편히 느낄 수 있는 좋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은 갈수록 드문 일이기에 더 소중하다.

내 취향에는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었고
해온 결정들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게 되어 미소짓게 되는 그런,
감사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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