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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어쩌다 마주친 붕어빵 마차 금붕어만한 것 6마리에 2000원 어디로 가던 길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언제부턴가 항상 그런 식이었다 끝없이 쫓겨도 도착할 기미가 없었다 급해 죽겠는 와중에 팥들은 밀가루죽 붕어빵 따위가 내 걸음을 세운다 조막손 한마리 주제에 감히 날 웃게하는 단맛 사는 게 그런걸까 거창한 이정표를 품고 미친 듯 떠돌다 마주치는 뜻밖의 붕어빵과 고르는 숨의 연속 2022. 11. 16.
낙엽 분명 지난 여름 우리는 그 초록이 영원할 것처럼 그늘 아래 몸을 맡겼다 그럼에도 한 때 푸르던 이파리가 빛을 잃고 떨어져 나뒹구는 것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슬퍼하지 않았다 외려 바스라진 낙엽을 밟으며 깡총 춤을 추다 누워 웃어제낀다 지나갈 계절은 그리도 사모하면서 임은 믿지 못해 마음을 세다 하루가 갔다 2022. 11. 9.
늦봉오리 야 이 섣부른 인간아, 오온세상 꽃이파리 있는대로 만개할 때 무얼하고 있느냐고 타박, 타박을 하더니 조막만한 꽃봉오리 빳빳하게 세우고서 뭔 고집을 부리냐고 소리, 소리를 하더니 다들 지고 새파랄때 나홀로 발그스름 예쁘게도 피었으니 넋을 놓고 보누나 남들 다 피어 나빌레릴 때 뜨거운 햇살 차가운 빗물 아득한 새벽 싸늘한 눈총 그 모든 수모를 견뎌 그 어느 꽃보다도 귀하게 피었다 조금 늦은 꽃이파리 눈물 겨운 늦봉오리 이리도 크게 피려고 오래도 참았구나 눈부시게 늦었구나 어여쁜 아이야 지난 봄, 내 방 창문 앞에는 유독 봉오리를 굳게 닫은 꽃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벚꽃은 나부끼고 개나리는 뽐내고 꽃이란 꽃들은 전부 피어 나부끼고 바람에 이파리를 나리는 한봄이었다. 그런 꽃난리 속에서도 매일같이 작고 단단한 .. 2022. 5. 24.
죄짓지말라 모두 잠든 고요한 밤 슬픈 눈을 잠시 감고 웅크려 누워보라 이다지도 뛰고 있는 심장이 있다 네가 하찮히 여기는 너를 위해 그 작고 여린 것이 꾸준히도 뛰고 있다 네가 시작부터 울음을 터뜨린 그 날부터 숨을 거둘 그 날까지 니까짓 것을 위해 잠시도 쉬지 않고 작은 몸을 펄떡인다 그런 심장에게 죄짓지 말라 적어도 그를 위해, 네 인생이 저주받았다고는 하지말라 살면서 어떠한 은혜도 입은 적이 없다고는 하지말라 거룩한 파동을 무시하고 주어진 나날을 헛되이 하여 가엾은 그것의 마음을 슬프게 하지 말라 명백한 박동 소리 솟구치는 더운 피 세상에 가장 귀한 그것 너 자신에게 죄짓지말라 2022. 4. 30.
생바람 생바람이 이마에 닿고 꽃잎이 머리칼을 스치고 풀잎이 햇살에 살랑이는데 어째선지 낯설다 눈을 뜨니 꿈이다 창문을 열었다 창살이 서있다 2022. 4. 9.
하나의 식탁 차가운 맥주 두잔과 적당히 돌린 피자 한덩이로 쉽지 않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우습게 털어 넘길 수 있었던 곳 뜨거운 홍차 두잔과 대충 뜯은 과자 한봉지로 두 볼 발그레 붉힐 속마음을 수줍게 털어 놓을 수 있었던 곳 스스로 내딛은 발걸음조차 떠밀려 뛰어든 발버둥만 같은 날 어리고 여린 마음에 어쩌면 반복될 시간 너무도 보통의 나날 그 끝에 있던 초라한 방구석 한켠에 놓인 작은 식탁, 마주앉을 자리가 내일이 비록 내가 그토록 원하던 하루가 아닐지라도 기꺼이 살아내고 싶게 했다 2022.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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