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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rts

미라클 모닝

by 계발자 망고 2022. 1. 15.

친구가 선물해준 책을 읽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한시간동안 명상이나 독서, 운동 등을 하면서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다.
책에 쓰여진 대로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1시간동안 내가 만든 루틴을 실천하고 나니, 원래대로라면 잠에 취해있을 아침 6시에 반짝반짝한 기분을 느꼈다.
집에서는 8시 20분에 나가야 하는데 자유시간이 140분이나 주어졌다.
그런데 막상 어떤 방해도 없는 시간이 주어지자 내가 지금 가장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었다.
몇번을 되물어도 마음은 어떤 말도 해주지 않았고 귓가에는 잡음만이 모여들었다.
주파수를 백날 돌려봐야 고장난 라디오가 갑자기 제기능을 할리는 없었다.

타인의 욕구가 매일 가장 큰 소리로 나를 두드리는 동안, 구석탱이에 작은 쪽지 하나가 숨죽인 채 웅크리고 있었다.
먼지를 털고 조심스레 열어낸 종이 위엔 오래 전 급하게 끄적거린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해가 떠오르며 아침을 여는 동안 조용한 방에 홀로 앉아 내가 원하는 것들을 적어내려갔다.

한참을 쓰다 문득, 뒤늦게 지도를 손에 든 기분이 들었다.
단내가 나는 파라다이스를 향해 달려왔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실체가 없는 파리떼에 쫓겨 이리저리 비틀거린 건 아닐까?
사랑하는 파도와 손을 잡고 헤엄을 치고 있다 생각했지만, 그저 무엇이든 집어삼킬 상어의 먹이가 될 차례를 기다리던 것은 아닐까?

안개가 걷힌 숲속에서 눈을 뜬다.
지각생 딱지를 붙이고 이제야 출발선에 섰다.
자유롭게 춤추며 나아갈 아침이다.



오늘 글은 유난히 더 오글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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